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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9/11/16  장영수 교수
문재인 정부 2년 반, 법치주의의 성과와 과제

 

. 문제 제기: 대한민국의 법치는 발전하고 있는가?

 

    ⚫ 민주화 이후 30년이 지나면서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나름의 발전을 보여왔지만, 최근 박근혜-최순실 사태를 겪으면서, 그리고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서는 조국 사태를 둘러싼 서초동 집회와 광화문 집회의 첨예한 갈등을 겪으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현주소에 대한 많은 논란이 전개되고 있다.

 

      

 

     ⚫ 그동안 계속 발전하고 있다고 믿었던 민주주의가 오히려 퇴행하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신념이 부족한 것일까? 아니면 정치지도자들의 민주주의 실현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혹은 지금의 현상 자체가 발전 과정의 한 단계에 불과한 것일까?

 

     ⚫ 이에 관해 다양한 의견이 대립하고 있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주의를 뿌리내리기 위해 노력한 것에 비해 법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한 것이 많이 부족했고, 이제 법치의 왜곡이 오히려 민주주의의 발전을 가로막는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 민주주의 없이 올바른 법치 발전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법치의 뒷받침 없이 민주주의가 제대로 성숙하기 어렵다는 점은 서구 선진국들의 경험이 말해주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진행되면서 다수의 이름으로 법과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 정당화되는 사례들을 보게 되고, 이를 통해 민주주의가 왜곡되는 일이 축적된 것이 오늘날 민주주의 퇴행의 가장 중요한 원인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 그런 의미에서 문재인 정부 전반기 법치주의의 평가는 단순히 법과 제도의 문제에 한정되지 않고, 민주주의 실현에까지 미치는 특별한 의미와 중요성을 갖는다.

 

                Ⅱ. 법치주의의 실현구조와 평가지표

 

                    1. 법치주의의 의의와 역할

 

      ⚫ 종래 이사, 상앙, 한비자 등 이른바 법가 사상가들에 의해 주장되던 법치는 서구의 근대적 헌법원리로서의 법치와는 크게 다르다. 그러나 중국의 영향 하에 유교를 오랜 기간 통치의 원리로 삼았던 우리나라에서는 법치에 대한 선입견이 아직도 존재한다.

 

      ⚫ 왕조시대를 통해 형성되었고, 일제강점기를 통해 더욱 강화되었던 법치에 대한 편견, 즉 법은 권력과 재산을 가진자의 도구이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부정적 인식이 아직도 불식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 그러나 올바른 의미의 법치는 권력자의 자의(恣意)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객관적이고 공정한 법에 의한 통치를 의미하는 것이며, 그 목적은 국민들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다. 권력자가 법 위에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법으로써 권력자들을 통제하고, 이를 통해 국민들의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는 것이 법치인 것이다.

 

                   2. 법치주의의 실현구조

 

      ⚫ 이러한 법치가 가능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가 삼권분립이다. 법을 제정하는 기관, 집행하는 기관, 그리고 그러한 법집행이 타당한지를 확인하고 판단하는 기관이 서로 분립되어 있을 때에만 법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입법은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수렴하여 국가의사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를 위해 입법부로서의 의회는 집단적 대표로 구성된다. , 다수의 의원들이 여러 계층, 여러 지역의 국민들 목소리를 대변하며, 이들이 의회라는 공개된 장소에 모여 다양한 의사와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가운데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국가작용의 기본 방향과 원칙을 정하는 것이다.

 

      ⚫ 집행(행정+정치적 지도)은 입법에 의해 정해진 기준과 원칙에 따라 구체적인 국가사무를 처리하는 것이다. 법치행정의 원칙에 따라 법률이 위임한 사항들을 처리하되, 법률에서 상세하게 정하지 않은 사항들에 대해서는 헌법과 법률의 테두리 내에서- 자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도 한다.

 

      ⚫ 사법은 집행이 입법에 의해 정해진 원칙과 기준을 제대로 준수하였는지를 재판을 통해 확인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사법은 국민들이 이를 준수했는지를 확인하고 판단하는 민사재판 및 형사재판, 그리고 행정기관들이 이를 준수했는지를 확인하고 판단하는 행정재판에서 시작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적 재판으로 발전되고 있으며, 특히 모든 국가작용의 합헌성 여부를 심판하는 헌법재판의 발달은 실질적 법치의 강화를 위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3. 법치주의 발전의 평가지표

 

      ⚫ 법치의 구성요소들에 비추어서 법치주의 발전의 중요한 평가지표를 제시한다면 다음과 같다.

 

      ⚫ 첫째, 삼권분립이 제대로 되고 있는가? 삼권분립 없는 법치는 가능하지 않으며, 삼권분립이 약화된다는 것은 그만큼 법치가 위태로워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제왕적 대통령의 문제는 이와 관련하여 매우 중대한 위험요소라 할 수 있다.

 

      ⚫ 둘째, 국가권력의 오남용에 의한 인권침해가 줄어들고 있는가? 법치의 목적인 국민의 인권보장에 있다고 할 때, 인권침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법치주의가 발전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더욱이 국가권력의 오남용에 의한 인권침해의 증가 또는 감소는 법치주의 수준을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의 하나라 할 수 있다.

 

      ⚫ 셋째, 입법을 통한 법의 내용적 정당성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인가? 아무리 법이 제대로 지켜진다 하더라도 그 법의 내용이 정당하지 않다면 실질적 법치는 후퇴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물론 헌법재판 등을 통해 이를 바로잡을 수 있지만, 그 이전에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법이 되어야 법치가 발전하는 것이다.

 

      ⚫ 넷째, 법집행의 일관성 내지 공평성에 대해서 국민들이 신뢰하고 있는가? 만일 특정 계층이나 특정 집단에 대해 법이 편향성으로 적용된다면 법치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법치의 근간은 법의 객관성과 공정성에 있으며, 이를 통해 국민의 인권을 올바르게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적용 자체가 편향성과 차별성을 보이게 된다면 법치는 후퇴한다.

 

      ⚫ 다섯째, 사법부의 독립이 제대로 지켜지며, 사법기능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큰가? 사법부는 법치 및 인권의 최후보루로 인정되고 있다. 그만큼 사법부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며, 이를 위한 기본전제가 사법부 독립이다. 사법부 독립이 위태로운 것은 곧 법치가 위태로운 것과 다르지 않다. 물론 사법부의 부패로 인해 개혁이 요구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으나, 그것은 사법부의 정상화를 위한 것이며, 사법부 독립을 회복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Ⅲ.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그 명과 암

 

                    1. 적폐청산, 그 의미와 목표

 

      ⚫ 문재인 정부 전반기의 법치주의 평가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이야기해야 할 부분이 적폐청산이다. 지난 정권의 불법과 비리를 바로잡겠다는 취지에서 시작된 적폐청산은 그 의도에 비추어볼 때 법치의 정상화라고 볼 수 있을 것이지만, 지난 이년 반의 적폐청산에 대한 평가는 매우 심하게 엇갈리고 있다.

 

      ⚫ 일단 적폐청산의 시작은 선량한 의도였던 것으로 믿는다. 박근혜 정부가 최순실 사태로 인한 탄핵결정으로 붕괴되었고, 그 결과 탄생된 문재인 정부에서 기존 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고 깨끗한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의도에서 적폐청산을 시작한 것으로 말해왔고, 그러한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기에 국민들도 초기에 박수를 보냈다.

 

      ⚫ 그러나 적폐청산의 구체적 목표와 범위가 뚜렷하지 않았던 것은 문제로 보인다. 그 결과 초기에 전직 대통령, 대법원장, 대법관 등에 대해 비리 의혹이 보도되었을 당시에 국민들이 보였던 반응과 시간이 경과하면서 국민들이 계속되는 적폐청산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는 상황에서 이른바 생활적폐의 청산까지 들고나왔을 때의 반응은 크게 달랐던 것이다.

 

                   2. 적폐청산의 성과

 

      ⚫ 법치주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적폐청산의 성과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 첫째, 지난 정권의 불법을 묵인하지 않고 엄정하게 법적용을 관철함으로써 법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를 제고하였다.

 

      ⚫ 둘째, 전직 대통령과 전직 대법원장 등에 대한 수사를 통해 최고권력자라 하더라도 법 앞에 평등하다는 점을 확인하였다. 물론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 선 것은 최초가 아니다. 하지만 과거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처럼 중대한 범죄가 아니라도 법정에 설 수 있다는 점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를 통해 보여주었던 것은 새로운 변화라 할 수 있다.

 

      ⚫ 셋째, 적폐청산을 통해 공직기강이 바로 세워진 점이 있다. 공직자가 최고권력자의 뜻에 따라 불법을 저지른 경우라 하더라도 면죄부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3. 적폐청산의 그림자

 

      ⚫ 적폐청산이 추진되던 초기와는 달리 1년 이상 적폐청산을 끌고 가면서 적폐청산에 대한 국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고위공직자 비리에 대해서는 매우 관대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이른바 내로남불에 대한 비판이 높아졌다. 이러한 현상은 적폐청산의 동력을 크게 약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 전체의 정당성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원인은 다음의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다.

 

      ⚫ 첫째, 적폐청산의 의미와 방식 등에 대한 국민적 동의를 얻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 적폐청산이라는 대의만으로 국민을 설득하기에는 부족함이 있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장기적인 적폐청산의 경우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의 장기적 청사진을 제시한 바 없으며, 그로 인해 적폐청산이 장기화되면서 국민적 지지를 잃게 되었다.

 

      ⚫ 둘째, 적절한 시기에 적폐청산을 마무리하지 못함으로써 그 취지와 정당성이 퇴색되었다. 임기 초의 6개월 또는 길어서 1년 정도로 적폐청산을 마무리했더라면 이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달랐을 것이다. 그런데 2년 이상을 진행하면서 중요 사건에 대한 적폐청산을 제시하기 어렵게 되자 생활적폐까지 들고나와서 적폐청산을 이어가려 했던 것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높았다.

 

      ⚫ 셋째, 적용 대상 및 기준의 일관성이 결여되었다. 현 정권의 고위인사들에 대한 관대한 태도로 인해 적폐청산의 정당성이 크게 약화되었으며, 특히 조국 사태로 인해 적폐청산은 사실상 끝났다고 보아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Ⅳ.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 어떤 성과를 보였는가?

 

                      1. 검찰개혁, 왜 제1의 국정과제로 부상했는가?

 

      ⚫ 검사들의 개인비리가 아닌, 최순실 사태에 대한 수사 당시에 검찰의 늦장수사, 봐주기수사가 문제되면서 검찰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과 불만이 누적되었다. 이후 기자에 의해 최순실의 태블릿PC가 발견되면서 검찰개혁 요구가 폭발하였다.

 

      ⚫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부터 검찰개혁을 강조했고, 국민들은 그에 대해 박수로 환영했다. 그러나 지난 2년 반 동안 검찰개혁의 가시적 성과과 나타나지 않고, 그로 인해 검찰개혁을 앞세운 검찰 길들이기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부-여당이 다시금 검찰개혁을 강조하는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 이러한 검찰개혁의 기본적 목표는 검찰이 더 이상 정권의 시녀노릇을 하지 않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활동을 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따라서 검찰개혁을 앞세우면서 정작 검찰에 대한 정권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것, 예컨대 조국 전 장관이 주장하던 인사권을 통한 검찰개혁은 올바른 방향의 검찰개혁이라 보기 어렵다.

 

                    2. 공수처 도입, 검경수사권조정은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 검찰개혁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검찰의 수사권을 유지한 가운데 외부적 통제를 통해 오남용을 방지하고, 객관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검찰의 수사권을 다른 기관으로 이양함으로써 기소권만을 담당하게 하는 것이다.

 

      ⚫ 공수처 도입이 전자라면, 검경수사권조정은 후자에 해당한다. 문제는 양자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점이다. 검경수사권조정이 성공한 이후라면 검찰의 수사권이 아닌 경찰의 수사권이 주된 통제 대상이 되어야 하므로 공수처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현재와는 많이 다른 형태가 되어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 또한 공수처 도입 자체에 대해서는 나름의 장점을 인정할 수 있지만 현재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공수처 법안에 대해서는 여러 비판들이 가해지고 있다. 예컨대 대통령의 인사권 문제라던가, 관할사건의 범위에 비해 조직 규모가 너무 작다는 것,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보유하는 것, 중요사항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서 정하게 한 것 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다.

 

      ⚫ 이러한 공수처 법안의 내용에 대한 비판을 무시하고, 공수처를 도입하기만 하면 검찰개혁이 성공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올바른 내용의 공수처법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신중하게 고민하고 수정해야 할 부분들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속한 통과만을 강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3.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이 되려면...

 

 

      ⚫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공수처의 도입 여부, 혹은 검경수사권의 조정 여부 이전에 개혁의 목표와 방향에 대해 되짚어 보아야 한다. ‘정권의 시녀가 아닌 국민의 공복으로서의 검찰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며, 과연 공수처 및 검경수사권조정은 이러한 필요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

 

      ⚫ 이렇게 볼 때, 공수처 도입 자체에 대한 찬반 혹은 검경수사권조정 자체에 대한 찬반보다는 합리적인 공수처법 내용, 합리적인 검경수사권조정의 방식과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며, 국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 현재 공수처법안의 경우에는 검경수사권조정법안과의 동시진행의 문제점, 대통령의 인사권 관여의 배제 필요성, 관할사건의 범위에 부합하는 조직규모 등의 문제를 먼저 해결하지 않으면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수처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개혁의 성공인 것으로 착각해서는 안 된다.

 

      ⚫ 검경수사권조정의 경우 수사권을 검찰에서 경찰로 이양함으로써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한편으로는 검찰 대신에 경찰이 정권의 시녀가 될 우려가 결코 작지 않으며, 다른 한편으로 경찰이 막강해진 권한을 오남용할 경우에 대한 우려 또한 만만치 않다는 점을 고려하여 이에 대한 충실한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웃돌 빼서 아랫돌 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Ⅴ.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 과연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1. 문재인 정부의 사법개혁, 그 출발점과 문제점

 

 

      ⚫ 법치의 가장 중요한 요소의 하나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사법제도라는 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이른바 재판거래의혹 내지 사법농단의혹이 제기되면서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였고, 이후 사법개혁논의가 계속되었다.

 

      ⚫ 문제의 출발점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의 도입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협조를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재판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에서 비롯되었다. 초기에는 이를 재판거래의혹이라 지칭했으나, 거래의 정황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 이후 사법농단의혹으로 지칭하게 되었다.

 

      ⚫ 그러나 당사자들이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였고,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마치 이러한 의혹들을 기정사실화 하는 전제에서 사법개혁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본다. 더욱이 그 과정에서 사법부에 대한 존중, 사법부의 독립이 심각하게 훼손되었던 것은 사법개혁의 정당성과도 직결된는 문제라 할 수 있다.

 

 

                     2. 이른바 사법행정회의 도입안과 그 문제점

 

 

      ⚫ 사법행정회의 도입을 골자로 하는 사법개혁안이 2018년 말에 대법원에 의해 마련된 바 있다. 2017년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원회의 사법부 분과에서 제안된 바 있었던 사법평의회 안을 일부 수정한 형태로 만들어진 사법행정회의 안은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그 기능을 외부 인사들이 다수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에서 담당하는 것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 이러한 사법행정회의 도입안에 대해서는 찬반이 매우 날카롭게 대립된 바 있다. 한편으로는 사법개혁을 위해 이러한 강력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법행정회의를 도입할 경우 법원 외부에서 법관의 인사 등에 관여함으로 인하여 오히려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하며, 개혁이 아닌 개악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였다.

 

      ⚫ 그런데 그동안 법원행정처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엘리트 판사들에 의한 권한의 오남용 문제는 법원행정처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그 배후에 있는 대법원장의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 대법원장의 역할과 권한을 그대로 둔 채 법원행정처를 사법행정회의로 바꾸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3. 사법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가?

 

 

      ⚫ 사법개혁의 올바른 방향은 사법의 전문성과 독립성, 중립성,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제왕적 대법원장이 사법부를 좌지우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한편으로 대통령의 대법원장 및 대법관 임명권을 형식화함으로써 사법부에 대한 코드인사가 가능하지 않게 만들어야 할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법원장의 대법관 임명제청권을 삭제하거나 형식화하여 대법원장의 대법관들에 대한 영향력을 축소시켜야 한다.

 

      ⚫ 이와 관련하여 제왕적 대통령, 제왕적 대법원장이라는 말은 있어도 제왕적 국회의장 또는 제왕적 헌법재판소장이라는 말은 없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며, 삼권 위에 군림하는 점은 논외로 하더라도, 대법원장 역시 법원조직 내에서 제왕처럼 군림하기 때문에 제왕적 대법원장이라 일컫는다. 그리고 그 힘의 원천은 역시 인사권에 있다. 반면에 국회의장이 국회의원들에 대한 인사권을 갖는 것도 아니고, 헌법재판소장 역시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인사권을 갖지 않기 때문에 제왕적일 수 없는 것이다.

 

     ⚫ 이미 오래전부터 대법원장 및 대법관의 임명방식을 합리화하자는 내용의 개헌안들이 제시된 바 있으며, 헌법학계에서는 진정한 삼권분립을 위해서는 대통령이 사법부의 수장을 자신과 코드가 맞는 사람으로 임명하는 것이 배제되어야 한다고 주장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다. 그런데 2018년 대통령 개헌안에는 이런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었다. 대통령의 제왕적 지위를 포기할 생각이 없는 개헌안이라고 비판되는 이유이다.

 

 

                  Ⅵ. : 법치가 바로 서야 포퓰리즘 막을 수 있다!

 

 

      ⚫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혹은 정치와 법치는 상호 의존적이다. 민주적 정치과정을 통해 법이 만들어지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법은 정치과정을 통제한다. 이러한 상호 의존 및 상호 통제를 통해 정치와 법치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 법치를 도외시한 정치는 독재정치 또는 중우정치에 빠지기 쉽다. 설령 민주주의에 투철한 정치인들이라 할지라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포퓰리즘의 늪에 빠지기 쉽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지배이지만, 소수자의 보호를 항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다수의 잘못된 판단으로부터 소수자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법치의 역할이며, 그렇기 때문에 사법부가 여론재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이다.

 

      ⚫ 사법은 민주적일 필요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치의 민주성과 행정의 민주성이 다르듯이 사법의 민주성 또한 다른 방식으로 확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법의 본질은 공정한 재판이고, 이를 통해 주권자인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 사법의 최우선 과제이며, 이를 제대로 보장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사법의 민주성이 추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민주국가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국민들의 인권이다. 이를 위해 정치도 법치도 봉사하는 것이다. 민주정치가 엇나갈 때, 이를 견제하는 역할을 법치가 해야 한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임기의 반환점을 돈 지금, 수많은 정치적 갈등 속에서 법치는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제대로 했는가? 이를 긍정하는 국민들이 많지 않다는 점을 해결하는 것이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동안 법치주의 발전을 위한 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글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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