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옷 한 벌이 세상을 바꿀 수
오늘 입는 옷의 색깔에서 출발 할 수
21세기 인류문명은 거대한 전환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AI와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드론전쟁, 로봇기술과 초연결사회는 인간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인간의 정신세계를 혼란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은 드론이 사람을 추적하여 공격하는 시대를 열었고,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 역시 언제든 세계대전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안겨주고 있다. 세계 경제는 불안하고, 인간관계는 메말라 가며,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여유와 미소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야말로 현대인은 거대한 “혼돈의 쓰나미” 속에서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거리에서 아주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거의 검은색 일색이라는 사실이다. 마치 누군가가 “검은색으로 통일하라”는 지령이라도 내린 듯, 거리의 풍경은 온통 어둠의 물결처럼 느껴졌다.
물론 검은색 자체를 폄훼하려는 뜻은 전혀 없다. 검은 정장은 엄숙함과 품위를 상징하며, 장례식이나 공식행사에서는 오히려 깊은 무게감을 준다. 검은색 또한 인간문화의 중요한 색채 중 하나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나친 편중이다. 밝은색이 사라진 거리, 웃음이 줄어든 사회, 따뜻함보다 냉랭함이 느껴지는 인간관계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마저 점점 어두워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자는 농담처럼 말한다. “검은 옷을 입으면 저승사자가 와도 동료인 줄 알고 지나간다”고 물론 우스갯소리지만, 그 속에는 현대인의 불안과 공포심리가 숨어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무채색 속에 자신을 감추고, 군중 속에 섞여 존재감을 잃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 선조들은 달랐다. 한민족은 예로부터 오방색(靑·赤·黃·白·黑)의 조화를 통해 자연과 우주의 질서를 표현해 왔다. 색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철학이었고, 정신문화였다. 혼례복과 한복, 단청과 궁궐, 민화와 농악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화는 찬란한 색채의 예술이었다.
검은색도 오방색의 중요한 한 축이었다. 그러나 검은색만 존재하지는 않았다.
푸른색의 희망, 붉은색의 생명력, 노란색의 풍요, 흰색의 순수함이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었다.
그런데 지금의 시대는 어떠한가. 화려한 기술문명 속에 살면서도 사람들의 감정은 점점 회색빛으로 변해가고 있다. 첨단문명은 발전했지만 인간의 영혼은 오히려 어두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든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하나의 제안을 해보고 싶다. “밝은 옷을 입자” 운동이다. 억지로 유행을 만들자는 것도 아니고, 검은 옷을 금지하자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만 우리의 마음과 사회 분위기를 조금이라도 밝게 만들기 위해, 봄날의 꽃처럼 화사한 색채를 일상 속에 더 많이 불러들이자는 것이다.
사람의 의식은 생각만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색채와 환경, 음악과 언어, 풍경과 분위기에 따라서도 큰 영향을 받는다. 밝은 옷차림은 보는 사람의 마음까지 환하게 만들고, 사회 전체의 분위기 또한 부드럽게 바꾸는 힘이 있다.
우리가 암울한 시대를 살아갈수록 오히려 더 밝은 빛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는가. 어둠은 어둠으로 이길 수 없다. 빛만이 어둠을 몰아낼 수 있다. 이 시대가 혼돈의 시대라면, 이제 우리는 다시 색을 회복해야 한다. 거리마다 검은 물결만 넘쳐나는 사회가 아니라, 사람마다 자기만의 아름다운 빛깔을 지닌 세상으로 돌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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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총회 논설위원 |
밝은 옷 한 벌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밝은 마음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의 시작은 어쩌면 우리가 오늘 입는 옷의 색깔에서부터 출발할지도 모른다.
방방곡곡 김총회 논설위원 bbgg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