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에 내린 가을을 안고 남원의 혼불 문학관을 물어물어 찾아갔다.
한눈에 들어오는 기념관의 기와 빛이 청명한 하늘 아래 푸르게 빛난다.
심상치 않은 산세 속에 지어진 문학관, 그 한 계단 한 계단을 오르며 잘 단장해 놓은 꽃들과 분수대를 바라보자니 속내 깊은 곳에서 깊은 울컥임이 번져온다.
어느새 한복을 곱게입은 표정밝은 안내양이 가지런한 찻잔을 들고 최명희님의 숨결담긴 방으로 안내한다.
"이 차는 , 최명희님의 혼이 담긴 기념관, 그 뒷산에서만 나는 어린 뽕잎차이지요.
여린순 만을 골라 아홉번 찌고 말리기때문에 혼불문학관만이 만들 수 있는 혼불차랍니다.
입안에 감겨오는 담백한 맛이 차 맛에서도 작가님의 영혼을 느낄수가 있답니다."
차분히 설명하는 안내원의 눈가엔 어느새 촉촉히 최명희님을 그리는 눈물이 맺힌다.
금방 한줌 훔쳐내는 눈물방울에서 최명희님을 보내기 아쉬워 하는 많은 이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안내원을 따라 기념관에 들어서자 작가의 큰 미소가 다가온다.
이지적인 그녀의 서늘한 눈빛!
범접 못 할 위엄과 그리고 따스한 미소가 나를 사로잡았다.
어쩌면 저렇게 열정적인 얼굴을 하고있을까? 놀란 나에게 사진속 그녀는 미소로 다독인다.
"나는 글을 쓸때 손가락으로 바위를 뚫고 있는것같아."
"아! 글을 쓰지 않고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좋을까?" 라는 그녀의 글귀가 내 가슴을 세차게 쳐온다.
그녀의 눈빛에서 처절한 그녀의 삶의 불꽃을 읽는다.
혼신을 불태워 살지 않는다면 생에 의미가 없었던 그녀 .
작은 단어 하나하나 적합한 표현을 위해 자료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한다.
열정과 혼신으로 혼불을 쓰다가 난소암으로 51살 젊은 나이에 아깝게 살아진 그녀 .
그녀의 기념관을 그녀가 좋아하던 장소에 지었건만 그녀를 그리워하는 몇몇의 발걸음만 오고갈뿐...
햇빛 반짝이는 이 가을날. 적막만이 감돈다.
조금만 더살았어도 더 많은 작품들이 나왔을 텐데...
얼마나 많은 열정을 혼불에 쏟았으면 죽음까지 가져온 것일까?
너무도 아깝고 원통한 마음 가슴까지 서늘해진다.
일필휘지를 믿지않는 그녀는 혼불을 17년간쓰고 꼬박 1년간을 탈고 했다고 한다.
양반들의 세도속에 천민들의 숨은 한 까지 풀어주고자 했던 그녀의 큰 사랑은 혼불이란 또다른이름으로 탄생된 것 이리라 .
"언어는 정신의 지문입니다. 한나라 한민족의 정체는 모국어에 달려있습니다." 라고 말한 그녀는 산소 호흡기를 쓴 채 마지막으로 "혼불이면 됩니다.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참으로 잘 살고 갑니다." 라고 했다한다.
돌아오는 내내 그녀의 서늘한 눈빛이 잊혀지지 않았다.
친절하게 안내해준 황영순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http://www.bbggnews.com/news/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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