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연의 한쪽자리 풍운의 세월을 떠돌다 잠든 <난고蘭皐> 김삿갓!
소박한 자연석을 상석으로 대신한 김삿갓 묘소를 돌아보며 난고의 생애를 생각해 본다.
김삿갓(병연)은 순조11년 홍경래의 난으로 인생이 뒤바뀐다.
홍경래의 난은 홍경래가 주도한 민란으로 서북인을 등용하지 않은 반감과 탐관오리들에 대한 분노가 폭발한 사건이다.
홍경래의 민란군은 순식간에 여러 지방을 점령하여 불을 질렀고 가산 군수는 문관인데도 대항하다 목숨을 잃는다. 당시 김병연 조부 김익순은 선천 방어사였는데 대세가 기울자 김익순은 추워서 술을 마시고 자다가 민란군에게 잡혀 항복한다.
그는 홍경래난에 평정되자 사형을 당한다.
당시 병연은 6세였다. 김성수란 김익순의 충신이 있었는데 병하, 병연 형제를 황해도 곡산의 자기 집에 피신시키고 글 공부를 시킨다.
홍경래 난이 평정되고 연좌제는 김익순에게 만 한정된다. 병연(삿갓)의 가족은 여주, 가평 등으로 떠돌아다닌다. 폐족으로 고단한 삶을 살다 부친은 화병으로 세상을 떠난다. 결국 홀어머니는 형제들과 영월로 스며든다
김병연은 20세로(순조32년) 영월 동헌(관풍헌)에서 열린 백일장에서 장원을 한다. 하필 백일장 그날의 주제는 김익순에 대한 것이었다.
난고 김삿갓은 가산군수의 의로움을 극찬하고 김익순의 항복에 대하여 신랄하게 비판의 글을 쓴다. 장원을 알리는 기쁨도 잠시, 김병연은 김익순(조부에 대한 과거사를 그날 저녁 어머니에게서 듣고 심한 충격에 빠진다.) 병연은 부인 황씨와 아들 학균을 두고 정처 없이 방랑길에 나선다.
내 삿갓 빈 배와 같아
한번 쓰고 나니 평생 쓰게 되었네.
초동이 삿갓 쓰고 소 풀 먹이고
늙은 어부의 갈매기와 벗 할 때 모습이네.
술 취하면 삿갓 벗고 꼴 나무에 걸어
기분 좋으면 정자에 올라 달구경 하네.
사람들의 의복은 겉치장이지만
비바람이 몰려와도 나 걱정이 없구나.
풍류시인 김삿갓은 전남화순에서 57살에 한 많은 세상을 마친다.
그의 아들이 시신을 모셔 영월에 안장했으니 그 시절에 먼 거리에 시신을 옮긴 효심이 대단하다.
김삿갓은 어머니에게 조부의 이야기를 듣고 금방 방랑시인이 된 것이 아니라 그 후 한양에서 과거시험을 치르고 이내 조부 김익순이 알려지면서 기존 사회에 발붙이지 못함을 알았다. 이때부터 모든 것을 버리고 25세에 방랑길에 오른 것이다.
조상을 욕한 죄 하늘을 볼 수 없다 하여 큰 삿갓 모자를 쓴 김삿갓은 풍자시로 양반들을 일깨우고 민(民)의 입장에서의 시를 많이 썼다한다.
세상을 비관하고 달관하여 동 가숙 서 가숙하며 쓴 삿갓의 시는
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 대로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밥이면 밥, 죽이면 죽 이대로 살아가고
옳다면 옳거니 그러면 그러려니 그렇게 사세
손님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하고
장터에서 사고팔기는 시세대로 하세
세상만사가 내 마음대로 안 되니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살아가세.
삿갓은 방랑초기에 사대부 지방 유지들과 교류하지만 그들의 이중적인 위선에 염증을 느껴 일반 백성들과 교분을 갖게 된다.
방랑4년 만에 집에 들어와 서당의 훈장으로 있기도 한다. 하지만 정상적인 생활을 못하고 방황하면서 백성들의 참담한 생활을 경험하고 조선의 봉건질서를 부정하게 된다.
풍운의 사나이 김삿갓이 잠든 영월 땅!
풍수지리상 기가 상당히 센 곳이라 말하며 삿갓과 똑같은 차림을 한 김삿갓 홍보 할아버지가 호탕한 웃음으로 삿갓을 대신한다.
현재 살고 있는 집도 삿갓의 옛집에서 혼자 산다며 삿갓의 시만을 읽으면서 산다한다.
삿갓의 운명, 단종의 운명이 살아져 간 영월 하늘은 오늘따라 허허로이 구름만 흐른다.
방방곡곡 서용선 기자
http://www.bbggnews.com/news/2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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