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며칠 째 하얀 웃음 그칠 줄 모르고
도화는 두 볼 가득 분홍바람 머금었으니
붉은 명자는 담벼락 사이 수줍어 숨어 있구나!
신석초 시인을 찾아가는 새벽길.
하얀 목련화 배낭에 담고 총총히 덕수궁을 향한다.
현대 문학상, 월탄 문학상, 서울시 문화상을 수상하고 현재 문학관 협회 회장을 역임하시는 김후란 시인님과 이상보 박사님께선 벌써 차에 오르셨다.
오늘은 신석초 신인님의 조카 신홍순(LG패션사장)씨도 함께 하신다니 더욱 뜻 깊은 문학기행이 될 것 같다. 신석초 신인의 사랑을 듬뿍 받아오신 제자 김후란 시인과 힘께 신석초 시인을 회고하는 시간을 가지니 모두들 시인이 된 듯, 시인의 날개를 달아 본다.
“시인이란 나무들의 대화소리, 꽃들의 소곤이는 소리도 들어야 합니다.”
사분사분 들려오는 시인의 음성에선 고운 발 살짝 들어 꽃 잎 딛는 시인의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바람마져 잔잔해진 저녁나절에 또다시 돌아보고 싶은 누군가가 있다면 아마도 그는 분명 시인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멀어지는 차 창 밖을 오랫동안 바라본다.
수려한 외모에 넉넉한 눈빛으로 선친들의 업적을 소개하는 LG패션 신홍순 사장님은 (신석초 시인 조카) 신석초 시인의 수려했을 옛 모습을 잘 연상하게 한다.
신석초 시인의 생가 터에는 근사하게 큰 집이 자리하고 있는데, 현재의 집 주인은 대대로 신석초 시인의 머슴으로 이어온 분이란다. 집 주인은 신석초 시인의 마음 덕으로 지금은 유명한 목수가 되어 잘 살고 있고, 자신의 땅에 신시인의 생가터 표식을 만들어 놓는 지혜로움까지 가지고 있어 지나는 이들을 흐뭇하게 한다.
신시인이 걸어서 학교에 다녔다는 논 둑 길에는 이름 모를 꽃들까지 신시인의 고향에 피어났음을 뿌듯해하고 있으니 하늘 높은 종달이도 한 몫 거든다.
원래 천석군 집안에 태어난 신석초 시인은 몸에 배인 겸허함과 고고한 지성의 향기가 마치 학과 같았다고 한다.
자신을 우주를 떠도는 나그네라고 언제나 말해왔던 석초는 청마 이육사 시인과 경주, 부여, 금강산 등을 늘 같이 여행하며 동인지 ‘자오선‘을 함께 만들기도 했다. 청마 이육사를 유난히 사랑했던 석초는 육사의 시비를 세우는데 기여했고 육사와의 옛 추억을 68년 4월에 발표한다.
우리는 서울 장 안에서 만나
꽃사이에 술마시며 놀았니라
지금 너만 어디 메에가
광야의 시를 읊느뇨
내려다보는 동해 바다는
한잔 물이어라
달아래 피리불어 여는 너
나라위해 격한 말씀이 없네
-육사를 생각한다-
신석초 시인은 67세에 별세, 무덤은 25년만에 고향으로 이장되었다.
석봉 선생은 신석초 시인의 7대조로 차관보까지 지냈지만 평생을 청빈하게 사셨다. 호구지책을 위해 임금이 하사품을 내릴 정도였던 그는 후대에 까지 많은 존경과 사랑을 받아 왔다.
이성산이 둘러싸인 신석초 시인의 묘는 백제가 망하고 백제를 다시 준비하던 지역이었고 고려 말엔 문인들이 많이 살아 문향으로 알려진다.
평생을 민족의식 고취에만 힘써왔던 석초는 일제 말살시 선조 석북묘에 참배하고 이육사와 더불어 긴 여행을 떠난다.
6.25때 아들을 잃은 석초는 1950년 1월 토지개혁으로 땅을 빼앗기게 되고, 그 결과 지금은 머슴이 그 집터에 큰 집을 짓고 살게 된 것 이다.
내년은 신석초시인 탄생 100주년 되는 해 이다.
다음은 월남 이상재 선생이 18세까지 살던 생가 터이다.
일제 강점기에 선각자, 교육자, 종교가, 정치가였던 그는 신사 유람단으로 일본을 다녀왔으며 주미공사서기로 미국을 다녀온다.
그 이후 신문명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서재필과 함께 독립협회를 조직, 민중계몽에 앞장선다.
이상재 선생의 장례식은 우리나라 최초의 사회장으로 치러졌으며 그를 잃은 서러운 만장대는 헤아릴 수가 없었다 한다.
생가 터에 덩그러니 남은 우물에는 선생의 이상이 서려있는 구름 조각들만 모여있다.
‘일심상조불언중’(一心相照不言中)이라는 이상재 선생의 친필은 ‘한마음은 말이 없는 가운데 서로 비춘다‘ 라는 뜻으로 이심전심(以心傳心)의 중요성을 의미한다.
우리는 신석초 시인의 대표시 ‘바라춤’이 탄생되었음 직한 봉서사로 향한다.
봉서사(鳳棲寺)에는 신라가 백제를 멸하고 초토화 시켰기에 지금도 불에 탄 탄화된 쌀이 나온다. 신석초 시인은 유년시절 봉서사를 오가며 의식함양, 인생진로 등 시심을 키워왔다.
봉서사의 역사와 부처님을 향한 바라춤을 생각하며 우리는 3은의 하나인 목은 이색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창건하여 위패를 모신 ‘문헌서원’을 향한다.
이색은 고려 말 성균관 대사성을 지낸 성리학자로 정몽주, 길재와 함께 3은으로 불린다. 포은(정몽주), 야은(길재). 목은(이색) 모두 고려의 충신들로 이색은 이성계의 스승임에도 고려의 충신이었다.
목은(이색)에 대하여 이상보 교수님에게 강의를 들어본다.
목은(이색)이 중국에 갔을 때, 중국 사람이 이색을 비하하여 말하기를 “변방의 짐승과 새의 발자취가 어찌 중국을 오가나” 하자 목은은 즉석에서 “개가 짖고 닭이 우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구나” 라고 대응했고, “잔을 갖고 바다에 들어가니 바다가 작구나”하고 중국인이 말하자 목은은 말하기를 “우물 속에 들어가 하늘은 보고 하늘이 작다 하는구나” 로 되받아 중국인의 오만함과 방자함을 한마디로 일축하여 엄히 다스렸다고 한다.
-방방곡곡 서용선 기자
http://www.bbggnews.com/news/2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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