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으면 내 어릴 적 형제들과 뛰놀던 옛 동산 소나무 숲에 유해를 뿌려 달라는 유언을 남기고 홀연히 떠난 소설가 이문구!
어떠한 문학비도 키 작은 비석일지라도 결코 세우지는 말아달라고, 다만 변함없는 솔향기만 남고 싶었던 소설가 이문구, 산 너머 저쪽으로 향한 그에 꿈을 들어 본다.
산 너머 저쪽엔
별똥이 많겠지,
밤마다 서너 개씩
떨어졌으니
산 너머 저쪽엔
바다가 있겠지
여름내 은하수가
흘러갔으니...
-이문구 동시, 산 너머 저쪽-
이쪽의 고통을 저쪽의 희망으로 꿈을 그렸던 이문구(1941~2003년)는 충남 보령군 관촌 마을에서 태어났다.
독학으로 서라벌예대 문창과를 졸업하고 김동리 추천으로 현대문학지에 등단한다.
그의 작품으로 관촌수필, 우리동네, 장한몽, 매월당 김시습 등이 있다.
위암 진단을 받은 후부터 쓴 66편의 동시를 출판사에 넘기고 10일 후에 저 세상으로 갔다니, 이문구는 인생 황혼을 티 없이 맑고 철없이 행복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맑은 하늘 청정히 흐르는 구름이 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바다가 가까운 대천에 살면서도 단 한 번도 해수욕을 안 한 아니 할 수가 없었던 이문구, 꿈 많은 소년 이문구는 10살이 되던 해 6.25가 터진다. 아버지는 그때 지식층이 할 수 있었던 사법서사를 했으나 좌익이 되어 처형당하게 된다. 큰형은 징용으로 끌려가 사망하게 되고 둘째 형도 처형, 셋째 형도 18세에 대천 앞 바다에 억지로 수장되어 처형당하게 된다. 81세 할아버지와 엄마만 살아남았으나 이문구 16살에 엄마마저 세상을 떠난다.
6.25는 이문구 일가를 처참하게 말살시키고 고아가 된 이문구는 서울로 떠나 노가다 일을 하며 연명하게 된다. 공동묘지 옮기는 일 등 밑바닥 일을 다 하면서도 이문구는 쓰러진 가정을 다시 일으키기 위해 어떠한 이념에도 좌우되지 않고 독서에만 열중한다.
토정 이지함이(한산이씨) 13대 할아버지이고 목은 이색의 19대손인 이문구는 언어구사가 고색 창연 하였으며 한학에 능했다.
이문구는 좌익으로 몰살당한 것이 몸서리치게 싫어 소설가 김동리(우익의 거물)에 들어가게 되고 서라벌예술대학 시절 김동리, 서정주 문학에 들어가게 된다.
1970년 유신 때 절망한 이문구는 진보문인 편에 가담하게 되고 서정주, 김동리에게 핀잔을 듣게 된다. 민족문화작가 이사장이 되었지만 이문구는 회색주의자를 고수한다.
덕이 있고 포용력이 있는 이문구는 끝까지 김동리와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1995년 보수문단을 배재하지 않는다.
어린시절 형들과의 옛 동산에 뛰어놀던 시절이 그리울 때면 뒷산 소나무 숲과 갈매못성지, 성주사지터를 거닐곤 했다는 이문구, 대천 앞바다에 수장된 형들의 비극은 이문구를 바다 냄새조차 싫어하게 한다.
생활이 어려울 때마다 늘 최 극빈자가 우리나라에 몇%냐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위로하곤 했지만 이문구는 현실의 저편 너머에 무지개를 꿈꾸며 지혜롭게 현실을 극기해 나간다.
후두둑, 몇 방울의 눈물만을 흩뿌린 채 고요한 적막만을 다시 남기운 그의 향기는 푸르른 솔밭 가득 빛이 되어 쏟아진다.
언론사 방방곡곡 서용선 기자 www.gokgokmada.co.kr
http://www.bbggnews.com/news/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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