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월산과 병풍산, 금성산으로 둘러쌓인 면앙정 앞엔 세월을 모른체...
오늘도 송강 이 흐른다.
송강에서 흐르는 삽삽한 바람이, 송순의 상수리 나무에 머물러 푸른 하늘이 더욱 짙푸게 넓어지는 것은 아마 면앙정 송순이 직접 어린 상수리 나무를 심었기 때문이리라.
면앙정은 송순의 호로 "머리를 숙이고 땅을 바라본다는 의미의" 면"과 하늘을 우러러 바라본다는 "앙"으로 겸손하게 땅을 바라보며 하늘을 본다는 뜻을 가진 청아한 이름이다.
면앙정 송순은 (1493 _ 1583 ) 까지 91세의 천수를 누리며 사신 분으로, 면앙정 인근의 담양군에서 이조판서를 역임한 송태의 아들로 태어난다,
벼슬자리에 있을 때건, 유배살이를 할때건, 그의 철학은 "항상 자신의 수양에 힘써서 타인을 편안하게 한다는 "수기안인"이었으며 , 덕성이 많은 송순의 인품은 물처럼 원만하고 바람처럼 청명하여 그에겐 정적이 별로 없었다고한다,
1579년 면앙정에서 송순의 과거시험 합격 후 벼슬길 60년 되는해에 열리는 회방연 잔치가 있었는데...
임금이 직접 하사한 어사화와 어사주로 회방연 잔치가 무르익을 무렵, 87세 노스승님을 위해 제자들이 직접 가마를 메고 집에 모셔다 드리자는 제안을 송강 정철이 주선한다.
스승을 위해 직접 가마를 메었던 면앙정 회방연 이야기는, 먼 후일에까지 과거시험에 나올정도로 인구에 회자되었다하니 고금에 변하지 않는 스승을 위한 애틋한 마음은 세월을 넘어 따뜻한 그대로, 다독 다독 전해진다.
면앙정 송순은 가야금을 잘 탔으며 풍류와 멋을 즐기면서 유유자적한 삶을 사셨다하니
달빛이라도 밝은날... 대학자 면앙정 송순이 켜는 얘끊는 가야금소리는 계곡에 흐르는 물도 , 숲속의 새들도, 그리고 바쁘기만한 구름 까지도 그 발길을 멈추게했을것이다.
송순의 나이 마흔 한살에 지은 면앙정의 최초의 모습은 초라한 초가삼칸 이었지만, 송순은 원망치 아니하고 면앙정 초가집에 흡족해하는 안빈낙도의 시조를 짓는다.
"십년을 경영하여 초가삼칸 지어내니
나한칸, 달한칸에, 청풍한칸 맡겨두고
강산은 들일데 없으니 둘러두고 보리라...
고 노래한 송순은 바람과 달을 불러들여 호연지기를 기르는 면앙정에서, 산과 냇물까지도 끌어들이며 명아주 지팡이를 집고서 한백년 살고싶다고 말한다, 가야금 소리, 청풍을 노래하며, 아름다운 은빛 수염을 송강의 타는 석양에 물들일 때, 노학자의 은은한 기품은 어떠했을까 ?
면앙정과 지척거리엔 송강정이 자리하고있다, 송강정은 송강 정철이 4년간 와신상담을 하던중 20리 떨어진 식영정 을 오가며 그 유명한 사미인곡, 속미인곡을 탄생시킨 곳이다.
정철은 "정여립 내란음모사건"에서 1,000여명을 죽이는 일을 맡아 처리하게 되는데 이것을 "기축옥사"라고한다.
정여립은 선조때 벼슬에 오르지못한 불만으로 호남으로 낙향후, 대동계를 조직후 유언비어를 만들어 불만세력을 규합한다.
“이씨는 망하고 정씨가 일어난다”는 유언비어의 정씨는 정여립 자신이었다, 대동계의 책략이 탄로난 정여립은 자살로 마감하고 정철은 주동자를 잡아 처벌하는 등 1,000 여명을 죽이는 피바람을 일으키는 장본인이되어 동인들을 처단한다.
대문호인 정철이 정치에 가담만 하지 않았다면 그의 마음에 울분도 없었을 것이고, 억울한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지 않았을 것이다.
관동별곡, 청산별곡, 사미인고, 속미인곡등 주옥같은 언어의 신비로 비단에 수를 놓듯, 은쟁반에 옥구슬을 굴리었던 송강의 가슴에서 어떻게 피바람의 무기가 숨어있었을까 ?
아무리 생각해도 아이러니가 아닐수없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라는 것은 인성을 삭막하고 메마르게 만들수밖에 없느가 ? 1,000여명을 죽인 정철은 끝내 동인들의 탄핵으로 강화도에 귀양가서 굶어죽게된다.
정치에 가담하지 않은 송강 정철이었다면 국문학상에 가장 위대한 대문호가 되었을 것이라하니 안타까운게 언제나 "선택" 이란 단어다.
순간 순간 선택의 연속이 인생일 진데...
똑똑하다고 어떠한 선택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포용과 덕망과 자애와 용서는 인생의 갈림길에서 가장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이 될수있다.
송강정의 소나무 바람은 꼭 420년된 "기축옥사"의 피바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푸르게 불뿐이다.
그림자도 쉬어간다는 식영정의 정자 이름은 임억령(1496 - 1568) 이 지었는데 정철, 임억령, 김성원, 고경명 네 사람을 식영정 사선이라 불렀다.
이들은 성산의 경치좋은 20곳을 선택해 "식영정 이십영" 을 짓는다.
식영정은 마루와 온돌방이 절반씩 되어있어 비가오거나 눈이 오는 날이면 따뜻한 아랫목에서 변해가는 계절을 감상하기에 더욱 편리했을것이다 .
식영정은 성산별곡 으로 유명해졌는데 성산별곡의 ‘성산’ 은 식영정의 뒷산 ‘성산’을 말한다.
성산 별곡 시비가 굴곡의 세월을 말하는 아름드리 소나무와 함께 벗이되어 서있다.
얼마나 아름다우면 그림자도 쉬어갈까 ?
그림자가 그만 가자고 조를 때까지 오래 쉬어가고싶은 식영정을 뒤로하고 소쇄원으로 발길을 돌린다.
소쇄원은 양산보가 만든 큰 정원의 집이다.
양산보는 그의 스승 조광조가 중종에의해 사약을 받고 세상을 떠나자 17세에 은거하기로 소쇄원을 구상한다.
후에 소쇄원은 선비들이 많이 찾는 명원으로 알려졌으며 양산보는 소쇄원을 개방하여 많은 이들에게 덕을 베풀었다.
면앙정 송순, 송천 양응정, 고봉 기대승, 석천 임억령, 하서 김인후, 양산보, 정철등 많은 이들의 시가 소쇄원 현판에 걸려있다.
정자의 고장 담양, 가사의 산실 담양, 선비의 기품이 서린 담양을 기행하니 몸과 마음에 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듯하다.
비록 복잡한 도심에 살지만 ,한켠에 작은 정원이라도 만들어 많은 벗들과 더불어 운치있는 달을 불러들일수 있으면 오죽좋을까? 나도 갑자기 정자하나 갖고싶어 마음이 절실해진다.
소쇄원의 온돌방을 따뜻하게 덥힌후에 연기가 소쇄원의 담장을 타고, 소쇄원의 계곡을 넘어, 안개처럼 골짜기 가득 피어올랐다하니 선조들의 과학적인 기술과 운치와 멋, 그리고 함께했던 "흥" 까지도 느껴진다.
우리의 정자야 말로 한국인의 멋의 산실이요, 한국인의 기품이다.
방방곡곡 서용선 기자
http://www.bbggnews.com/news/2912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제천시청 모든 간부급 회의는 스마트회의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