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살 데리고 살아요
이번 해외여행 중 같은 멤버로 자리를 함께했던 한 중년부부가 아름다운 풍경으로 기억에 남는다.
부부는 아침 호텔조식이 나올 때마다 그날 그날 날씨에 맞춰 옷을 참 잘 입고나왔다.
날마다 색깔을 달리한 연한 아이보리, 보라 , 핑크색의 스카프 와 숄을 변화 있게 활용하는 등 센스 있는 커플 코디로 팀원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았다.
언제나 밝고 환한 미소로 먼저 인사를 해오는 부부는 부산에서 왔다고 했다.
부인은 고운 피부를 타고난 듯 복스러운 얼굴에 반달 모양의 눈웃음 까지 있어 멀리까지도 미소를 던져주는 편안한 표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아침마다 그녀를 은근히 찾게 되었다.
그녀는 식사 때마다 넓고 큰 접시에다 집에서 준비해온 밑반찬 및 여러 가지음식을 골고루 예쁘게 차려서 옆에 있는 남편에게 세심히 신경을 써 줄 뿐만 아니라 집에서 무공해로 직접 재배해 만든 음식 이라며 우리에게도 푸짐하게 나누어주는 따뜻한 사람이었다.
“ 아저씨께서는 이렇게 알뜰한 부인을 두셔서 매우 행복하시겠습니다. 하고 우리가 이구동성으로 말을 건네자, “네 와이프 덕분에 매우 행복하게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하고 도리어 아저씨가 수줍어한다.
아저씨는 매우 만족한 결혼 생활인 듯, 흡족해하는 아저씨의 입이 금방 귀에 걸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부인의 사랑담긴 은은한 미소는 지금도 내 기억 속에 생생하게 예쁜 그림으로 남아있다.
부부가 오순도순 식사하는 모습을 보니, 한 폭의 평화로운 풍경화 같기도 하고, 사이좋은 예쁜 비둘기 한 쌍 같기도 하여, 살짝 그녀에게도 말을 건넸다.
“어쩜 그렇게 남편을 알뜰하고 살뜰하게 보필을 잘 하세요?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가 좋아요.”
“저는 애교가 부족해서 그런지 그렇게 잘 못하거든요.” 하고 말하니, 그녀의 위트 또한 걸작이다.
“살살 데리고 사는 거지요.” 뭐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 바로 그거야... 그녀는 현명하고 지혜로운 여인이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부부간, 형제간, 친구 간에 그리고 모든 인간관계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나는 것은 그녀의 말대로 살살 데리고 살지 못해서가 아닐까?
살살 말하고, 살살 설득하고, 살살 의견을 관철시켜나가고, 그녀는 어떤 문제 해결에 있어서 한 번도 큰소리로 해결하려 들지 않았다고했다.
“살살 데리고 살지요” 라는 재치 있는 그녀의 명언은 나의 인생관, 처세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정도로 메시지가 강하게 와 닿았다.
말 한마디 한마디가 진한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체험적 명언이기에 우리는 노트필기를 하면서까지 귀를 기울였다.
우리들의 경청에 신이난 그녀는 자신의 재테크 노하우까지 알려주며 시간가는 줄을 몰랐다. 재테크는 왕도가 없다는 평범한 진리였지만 재테크 전문가의 말보다 귀에 쏙쏙 들어왔다,
첫째 욕심은 재테크에 금물입니다. 둘째 무슨 일이 있어도 하루에 한 번씩은 은행에 가는 습관을 가지십시오,
은행에 갈 때마다 조금이라도 저축해나가 돈이 쌓이는 재미를 느끼면 알뜰한 살림꾼이 되는 것은 물론, 절대로 헛되이 돈을 안 쓰게 되더라는 것이다.
철저한 경제관념을 갖고자, 무조건 1,000원 씩 이라도 저축하며 매일 은행가는 습관을 기르니 어느새 통장에 돈이 수북이 쌓이더라는 그녀의 말이 나에겐 큰 의미로 다가왔다.
저축은 정신 차림이요. 빚은 정신 줄을 놓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니, 부자도 가난함도 자신의 정신 자세일 뿐, 누구의 탓도 아니라는 것이었다.
다 우려낸 녹차 잎도 다시 말려서 나물반찬으로 맛있게 무쳐낸다는 알뜰한 그녀의 살림강의를 들으며 그녀와 함께하는 여행은 어느 여행보다도 알차고 보람이 있었다.
여행지에서 만났지만 그녀는 지금도 우리들에 삶에 멘토가 되어 살아가는 지혜와 몰랐던 지식들을 많이 전해준다.
좋은 사람과 인연이 되게 해준 이번 여행은 다음 여행의 흥분까지도 가져다주니, 나도 그녀 처럼 어느 자리에서건 조금이라도 남에게 도움이 될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깊이 해본다.
방방곡곡 서용선 기자 http://www.bbggnews.com
『방방곡곡 1천만 독자 방문의 해』
http://www.bbggnews.com/news/8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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