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칼 앞에서 외친 이승복의 민주화선언
죽음의 총칼 앞에서도 진정한 자유의사를 선언하는 용기의 결단력
서론
강원도는 한 없이 맑은 산야의 숨결이 살아있는 푸른 숲과 계곡들이 서로 어우러져 언제나 극적인 미를 창출해내며 많은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을 제공해주는 마음의 미향이다. 이러한 강원도의 아름다움을 찾아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생활 속에서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 항상 이곳 강원도를 찾아 나선다. 강원도는 한마디로 휴식의 공간이요, 마음의 고향인 것이다. 나는 오랜만에 그저 이런 고향이 그리워 팔순 노모를 모시고 강원도 자연휴양림을 찾아 나선다. 그런데 자연휴양림을 찾아 나서는 길목에서 우연하게도 평창군에 진입하게 된다. 강원도 평창군에는 이승복 기념관이 있다.
이승복 기념관은 1968년 12월 9일 울진-삼척 무장공비 침투사건 때 북한무장간첩들에 의해 무참하게 살해당한 이승복 어린이와 그 일가족들의 억울한 죽음의 뜻을 길이기 위해 세운 기념관이다. 이승복은 사건 당시 북한 무장공비들이 가족들을 몰아넣고 북한에 대해 과도한 선전을 하며 "남한이 좋으냐, 북한이 좋으냐"는 무장공비의 강요된 물음에 “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외치며 저항하자, 무장공비들은 이렇게 말한 이승복의 입버릇을 고쳐주어야겠다면서 양 손가락을 입에 넣어 입을 찢은 다음 일가족들을 모두 돌로 내려쳐 죽였다는 것이다.
그 사건이후 이승복이 말했다는‘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말은 바로‘반공' 이라는 한 시대의 상징어가 되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산골마을 어린이가 다른 것도 아닌 공산당이라는 사상문제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다. 나는 팔순 노모와 함께 1968년 당시를 회고하며 기념관을 들어선다. 기념관은 전날 내린 빗물에 의해 한층 더 푸르러진 정원의 모습을 보이면서 우리들을 반갑게 맞이한다. 그러나 왠지 모르게 어딘지 쓸쓸함이 찾아든다.
이승복 기념관의 첫 만남에서 오는 느낌
우리를 맞이하는 기념관 입구에는 「李承福 기념관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현수막이 펄럭이고 있었지만, 기념관 앞 주차장은 텅 비어 있었다. 주차장 옆에는 제법 큰 휴게소가 있었지만, 손님들이 없는 탓인지 황량함을 더할 뿐이었다. 더구나 기념관 관람요금은 무료다. 나는 늙은 노모를 모시고 기념관내에로 들어선다. 기념관 정원으로 들어서자 중학생들로 보이는 학생들이 기념관을 관람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들여온다. 학생들은 인솔하는 선생님들이 ‘나는 共産黨이 싫어요’ 라는 이승복의 살해당시 외침 소리 자체가 조작이라는 식으로 자기들끼리 문제를 제기하며 작은 목소리로 서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순간 이승복군의 동상을 바라본다. 그리고 동상으로 다가간다. 동상은 이승복군이 살해당할 당시 놀란 표정으로 뒤를 물러서는 동작을 잘 표현하고 서있다. 그리고 아마도 이승복군은 지금의 우리들을 일그러진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저 이승복군 동상의 놀란 표정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세인들의 조작설이 과연 어떻게 이렇게 나올 수 있는가에 대한 놀라움일 것이다. 왜 이와 같은 사건 조작설이 나오는가. 우선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그때의 어려웠던 상황이며 실정을 정확하게 모르고, 머리로만 추측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난 것이 아닐까? 그도 아니면 종래 안보(安保)니 반공(反共)이니 하는 것들을 최우선시 하던 그런 사고방식을 이제는 깨야겠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져서일까? 모두 아니다. 이와 같은 사건의 조작설은 자기 정체성에 대한 역사적인 인식의 결여에서 바로 오는 것이다.
이승복 사건의 왜곡현상은 민주화로 극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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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복 어린이 |
이승복 사건의 본질은 사건 당시 무장공비들이 가족들을 죽음의 굴레에 몰아넣고 “ 남한이 좋으냐, 북한이 좋으냐” 라는 강요된 선택에 대한 이승복군의 답이 바로“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것이다. 이 말은 무슨 말인가! 이승복은 외친다. 나는 “A이냐, B이냐가 아니라 바로 나의 자유를 구속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승복은 또 다시 외친다. “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그러므로 나는 자유다”라는 것이다. 왜 우리는 이승복을 통해 인간본연의 순수한 인권회복의 자유정신을 배우지 못하고, 못된 언론의 힘에 의해 이승복의 억울한 죽음을 더욱더 더럽혀야만 하는가!. 이승복군의 동상은 지금의 우리들을 모습을 보고 자신이 상해당할 당시보다도 더 많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승복은 또 다시 말한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공산주의도 민주주의도 아닌, 오직 인간 본연의 순수 자유만을 달라는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그것이 공산주의가 되었던지 혹은 민주주의가 되었던지, 모두 정치적인 이념으로 인간들이 가지고 있는 순수 자유의지를 억압한 역사일 뿐이다. 그러므로 이승복은 “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 가 아니라 “ 인간들이 만들어내는 못된 정치이념이 싫다는 것이다”즉 위정자들의 탐욕이 내재된 모든 이념이 싫다는 것이다. 이승복은 바로 우리 모두에게 진정한 민주화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다.
민주화는 썩어빠진 정치인들이 부르짖는 꿈같은 이상의 소리가 아니다. 진정한 민주화는 깨끗한 산골에서 자연과 함께 살아온 이승복과 같은 어린 마음에서만 나오는 소리인 것이다. 이승복은 지금 우리들에게 자기 정체성에 대한 역사인식을 부르짖고 있는 것이다. 남과 북은 자기정체성에 대한 역사성을 잊어버려서 그 희생양으로 자신이 죽음을 통해 이를 대변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어머니와 나는 이승복 기념관 경내를 천천히 걸어가면서 살펴본다. 그리고 이승복의 새로운 부활을 이야기한다.
민주화를 통해 부활하는 이승복의 역사인식
이승복 사건은 부정할 수 없는 역사다. 역사는 억지로 만들 수도 없고 마음대로 지워버릴 수도 없는 사실의 진정한 기록이다. 우리는 지금 국토의 남북 분단과 이념의 날카로운 대립도 서글픈데, 이처럼 우리 현대사의 역사마저 도 뒤틀리고 갈기갈기 찢어지는 아픔을 보는, 한 국민으로서 분노와 통탄을 금치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는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이나 일부 못된 세력들이 아무리 우리의 역사를 함부로 만들거나 지워버리려 해도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남·북 분단 후, 북한은 물론, 우리 사회에서조차 대한민국의 바른 역사를 부정하고 왜곡하려는 시도가 점점 거세지고 있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다. 특히 진보와 보수 세력들이 자신들의 정치적인 입지에 따라 바른 우리민족의 역사지우기와 부정현상이 극심하다. 아예 북한은 주체사상이라는 개념으로 우리의 민족역사자체를 말살해버렸다.
정치인들이 부르짖는 거짓으로 포장된 정치민주화가 아무리 우리 시대의 중요한 가치라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건립과 생존보다 앞설 수는 없는 일이다. 역사는 억지로 만들려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며, 마음대로 지워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지난 세월 남북이 공히 고유한 우리의 바른 역사를 지워버리면서,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그 역사만을 기억해주기 바라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이며, 사리에도 맞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불행했던 어린 이승복군의 역사와 그에 대한 분쟁과 재판판결은 우리에게 다시 한 번 역사의 무서움을 일깨워준다. 그리고 이것은 이승복 사건이란 불행한 사례를 넘어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를 함부로 부정하거나 왜곡 조작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더욱 깊이 일깨워 준다. 이승복의 “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선언은 바로 역사바로세우기의 진정한 민주화의 선언인 것이다. 노모와 나는 기념관 이곳저곳을 두루두루 살펴본다. 그리고 기념관을 나선다.
결론
우리는 이승복군이 북한 무장공비의 강요성 질문인 “북한이 좋으냐, 남한이 좋으냐” 라는 죽음의 질문 앞에서도 당당히 굴하지 않고“ 우리는 공산당이 싫어요” 라고 강한 자유의지를 선언하면서 죽음으로 사라져 간 어린 이승복군의 자유정신을 배워야만 한다. 이는 바로 인간인권의 자유의지에 대한 민주화의 선언이기도 한 것이다. 이승복은 산골 마을에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천진낭만하게 자유롭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왔을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아무것도 바라는 것이 없이 성장했을 것이다.
그래서 무장공비가 요구하는 죽음의 질문 앞에서도 “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그저 자유로운 자연인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용기가 나왔을 런지도 모른다. 이 얼마나 가슴 뭉클한 장면인가! 하지만 후대 우리들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승복의 억울한 죽음을 두고 그것이 거짓이니 아니니 하면서 이승복의 억울한 죽음을 왜곡하고 더럽히려하고 있지 않은가! 실로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와 같은 일은 바로 국가라는 괴물이 만들어 낸 조작된 역사가 만들어내는 현상이다.
북한이 추구하는 공산주의는 재산을 공유하면서 계급 없는 평등사회를 이룩하려는 사상이다. 하지만 이미 북한에는 공산주의가 사라지고 미쳐버린 정권만이 있을 뿐이다. 남한의 민주주의는 국민들이 권력을 가짐과 동시에 그 모든 권리행사를 인정한다고 하지만, 여전히 정치세력들이 권력독점은 놓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이승복은 바로 이런 인간들의 강한욕정이 작용하는 정치이념이 자기를 죽음으로 몰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진정한 민주화란 바로“ 싫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자유정신에 있음을 우리는 배워야만 하며 이승복의 죽음을 헛되이 하면 안 될 것이다.
방방곡곡 황청호 칼럼니스트 www.bbgg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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